이달 누적관리 100만가구 돌파
"전문화, 차별화, 브랜드화 비결"
국내 최초 '관리소장 공채' 도입
"일본은 매출의 50%가 장기수선,
국내도 위탁수수료 외 길 터줘야"
수시채용도 도입…"투명화에 기여“
“장수 주택이 늘어날수록 건물의 생애주기별 맞춤 장기수선 등 주택관리 산업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노병용(사진) 우리관리 회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에 그동안 아파트 관리에 관심이 없었지만, 건설기술 발전과 공사비 상승 등에 사실상 영구수명 주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관리는 2002년 출범한 주택 관리업체다. 이달 기준 누적 관리호수가 100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국내 주택관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출신인 노 회장은 2000년 삼성물산의 홈 IoT(사물인터넷) 자회사 씨브이네트 부사장을 역임한 뒤 퇴사 후 우리관리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주택관리 시장은 1위 기업의 본사 직원 수가 10명 남짓할 정도로 매우 영세했다. 반면 일본은 디벨로퍼 등 부동산 대기업들이 주택관리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등 시장이 이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노 회장은 “한국의 아파트 가구 수가 일본보다 많고, 단지화 돼 규모가 크고, 상주 인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관리시장도 얼마든지 산업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쉬운 길은 아니었다. 노 회장은 “누적 관리호수 100만 가구 달성이 10년이면 될지 알았지만 20년이 걸렸다”며 “특히 주택관리 업체의 역할을 입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관리가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게 관리소장 공개채용이다. 공채 제도로 합리적인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소속감을 높여주면 좋은 주택관리사가 영입되고, 저절로 우리관리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연간 공채 선발 인원은 시행 첫해 30명에서 지난해 130명으로 늘었고 건축사와 노무사 등 양질의 인력이 영입됐다. 이렇게 모인 주택관리사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관리 노하우를 공유한다. 그는 “전문화, 브랜드화,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택관리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로는 ‘확장성’을 꼽았다. 노 회장은 “일본은 어떤 주택관리 업체가 맨션을 관리하느냐가 자산가치가 된다”며 “매출의 20~50%가 장기수선계약금에 의한 공사에서 나오는 만큼 사업의 전문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국내의 경우 ㎡당 10원가량의 위탁관리 수수료로만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 회장은 “국내 주택관리 업체들도 장기수선 공사 컨설팅과 감리 등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실버 세대를 위한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노 회장은 “일본의 경우 한 달에 약 5000엔(한화 4만 5000원)을 받고 치매 위험이 있는 노인 1인 가구의 열쇠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주택 관리업체들이 하고 있다”며 “항후 각 단지의 관리소장들이 노인 가구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맞춤형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관리는 공채 제도에 이어 이달부터 업계 최초로 ‘경력 관리소장 수시채용 제도’도 도입한다. 급여와 배치일, 배치 지역, 배치 단지 규모 등이 모두 공개되는 경력관리소장 수시채용제도를 통해 업계의 폐단으로 남아있는 ‘상납 채용’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다. 노 회장은 “국내 주택관리 시장의 투명화와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